
저희 아이가 5살이 되면서 정말 당황스러운 상황이 생겼습니다. 갑자기 고집이 세지고 자기가 원하는 옷을 못 입는다고 30분씩 떼를 쓰더군요. 솔직히 너무 심해지니 놀랐습니다. '우리 아이만 이런가?' 싶어서 확인해 보니 다른 집 사정 또한 마찬가지더라고요. 제 지인의 집은 마트에서 아이가 드러누워 떼를 쓰기도 한다더군요. 왜 그런지 궁금해서 상담도 받고 책도 찾아봤는데 제가 찾은 해답은 바로 전두엽 발달이 아직 미성숙하다는 것이었죠. 그럼 이 전두엽이란 게 정확히 뭘까요? 그리고 우리 아이들은 언제쯤 스스로 조절할 수 있게 될까요?
전두엽 발달과 자기조절력의 관계
아이들이 왜 참지 못하고 떼를 쓰는지 궁금하신가요? 그 답은 뇌 속에 있습니다. 자기 조절력을 담당하는 영역이 바로 전두엽(frontal lobe)인데, 여기서 전두엽이란 뇌의 앞쪽에 위치하며 계획, 판단, 충동 억제 등 고차원적 사고를 담당하는 부위를 말합니다.
제가 직접 알아본 바로는 이 전두엽은 만 3~6세, 즉 유아기에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해서 무려 20대 중반까지도 계속 발달한다고 합니다(출처: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쉽게 말해 어린 아이들은 아직 '참는 뇌'가 제대로 자라지 않은 상태라는 뜻입니다. 갓난아기가 배고프면 당장 울고, 졸리면 바로 짜증을 내는 것도 다 이 때문이죠.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는 이 전두엽이 미숙한 상태입니다. 그래서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 마저도 20분도 못 참고 벌떡 일어나거나, 물 먹으러 가는 게 당연한 거라고 하더라고요. 저도 요새 아이가 '왜 저렇게 산만할까?' 싶었는데, 알고 보니 뇌 발달 단계상 정상이더군요.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도 그러는데 이제 유치원을 갓 입학하는 아이는 더더욱 힘들 수밖에 없죠. 극단적으로 자기 조절력이 떨어지는 경우를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라고 부르는데, 이는 전두엽 기능이 또래보다 현저히 낮아 행동 과다, 충동 억제 실패, 집중력 부족 등 세 가지 증상이 모두 나타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제 경험상 이 시기에 너무 힘든 건 아이가 스티커 하나 잘못 붙였다고 계속 우는 걸 지켜보는 일입니다. 울면서 스티커를 다시 떼고 본인이 원하는대로 붙일 때까지 세상 억울한 사람처럼 엉엉 울어대고 화를 내는데 속은 터지지만 '아, 이 아이는 아직 전두엽이 자라는 중이구나' 생각하면 조금은 견딜 만해집니다. 실제로 전문 기관에서는 신경인지검사를 통해 전두엽 기능을 측정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유독 산만하거나 참는 능력이 부족하다면, 검사를 통해 정확한 상태를 파악하고 조기에 도움을 주는 것도 방법입니다.
유아기부터 초등까지, 단계별 자기조절력 키우기
그렇다면 부모는 언제부터 어떻게 개입해야 할까요? 자기 조절력은 유아기부터 조금씩 훈련이 가능합니다. 딱 만 3세 반이 시작하는 유치원 시기부터 조금씩 신경 써주면 좋은 능력인 거죠.
유치원 시기인 유아기(만 3~6세) 때는 '멈춤(stop)' 연습이 핵심입니다. 아이가 뭔가 하다가도 필요할 때 딱 멈출 수 있어야 하죠. 제가 실제로 써본 방법은 잠자기 전 3분 동안 말 한마디 안 하기 게임입니다. 아이에게 "3분만 조용히 있으면 스티커 줄게" 하고 제안하면, 처음엔 힘들어하지만 점차 참는 시간이 늘어나더군요. 이런 작은 연습이 전두엽을 자극하는 겁니다. 또한 간식을 먹을 때도 오늘 간식은 여기까지야 조금 있다가 먹고 싶으면 천천히 먹어도 좋아하면 아이가 하나를 남겨두었다가 먹는 등의 참을성을 보이기도 해요. 병원에서 받은 비타민을 반으로 쪼개어 병원에서 집에 가는 길에 먹고 저녁에 먹을라고 반개를 남겨두는 모습을 보면 아예 통째로 사주고 싶을 정도로 귀엽기도 하지만 자기 조절력을 위해 참기도 한답니다.
아직은 먼 지래의 일이지만 초등학교 1~3학년 시기에는 '셀프 미러링(self-mirroring)'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여기서 셀프 미러링이란 아이가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인식하는 능력을 뜻합니다. 밥 먹다가 "엄마는 이 반찬이 너무 맛있네, 너는 어떠니?" 하고 물어보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자기 내면에 집중하게 된다고 해요. 이런 질문이 반복되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지? 무슨 기분이지?' 하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습관이 생깁니다. 사실 아이가 지금 어떤 감정인지 느끼게 하는 것은 요새 유치원 시기부터도 부각되는 얘긴거 같긴 해요. 자기 조절력을 떠나서 감정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들이 많이 생겨서요. 기회가 되면 감정에 대해서도 다루면 좋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아이가 초등학교쯤에는 일기를 쓸 텐데, "오늘 밥을 먹었다"만 쓰는 아이와 "오늘 먹은 밥이 참 맛있었다. 엄마가 해준 김치찌개가 특히 좋았다"라고 쓰는 아이의 차이는 바로 이 전두엽 기능에서 나온다고 합니다. 전자는 단순 사실만 나열하지만, 후자는 자기감정까지 인식하고 표현하는 거죠. 감정과 자기 조절력이 연관이 있는것은 오늘 저도 조사를 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쯤 되면 자기조절력이 상당히 성장한다고 해요. (출처: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이때부터 아이들은 친구 관계에서도 눈치를 보고 상황에 맞춰 행동할 수 있게 된다고 합니다. 반대로 이 시기에도 조절이 안 되는 아이는 친구들에게 외면당할 수 있다고 하니 이제 전두엽이 발달하는 시기인 만 3세부터 아이의 조절력을 조금 신경 써주면 좋을 것 같아요. 해방까지 몇 년이 남은 거죠...?
6학년쯤이 되면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스스로 학습 계획을 세우는 수준까지 간다고 해요. 전두엽이 잘 발달한 아이는 "엄마, 시험이 3주 후니까 학습지 이것도 필요해요" 하고 먼저 요청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정말 기특하네요. 이런 능력은 하루아침에 생기는 게 아니라, 유아기부터 꾸준히 전두엽을 자극해 온 결과라고 하는데요. 만 3세 시기에 공부를 많이 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기 조절력에 더 신경을 써야 나중에 더 빛을 발하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정리하면, 자기조절력 발달 단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 유아기(만 3~6세): 멈춤 연습, 짧은 시간 참기
- 초등 저학년(1~3학년): 자기감정 인식하기, 셀프 미러링
- 초등 고학년(4~6학년): 계획 세우기, 친구 관계 조절하기
저는 이 단계를 알고 나서 아이를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떼를 쓸 때마다 화를 내는 대신, '아, 이 아이는 지금 뇌가 성장하는 중이구나' 하고 한발 물러서서 바라보게 되더군요. 물론 여전히 속은 터지지만, 적어도 아이를 탓하지는 않게 됐습니다.
아이의 자기 조절력이 부족하다고 해서 무조건 부모 탓도, 아이 탓도 아닙니다. 뇌 발달은 개인차가 크고, 특히 남자아이들은 여자아이들보다 전두엽 성장이 느린 편입니다. 만약 우리 아이가 또래보다 유독 산만하거나 충동 조절이 어렵다면, 부끄러워하지 말고 전문 기관에서 신경인지검사를 받아보면 좋다고 합니다. 조기에 발견하고 도움을 줄수록 회복이 가능하다고 해요. 저도 앞으로 아이가 자라는 동안 멀리 내다보며, 당장의 떼쓰기보다는 10년 후 아이의 모습을 그리며 기다려주려고 합니다. 참 멀리 느껴집니다. 그래도 그때까지 우리 함께 파이팅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