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엄마 모임의 양면성 (경계, 우정, 갈등)

by mystory45338 2026. 3. 4.

유치원 하원 후, 다섯 명의 엄마들이 키즈 카페나 가정집 거실 테이블에 앉아 차를 마시며 환하게 웃으며 대화하는 모습

 

 

엄마들의 모임이 항상 독이 될까요? 저는 같은 아파트에서 3년째 엄마 모임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서로 뒷담화 없이 진심으로 도우며 지내는 관계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멀어진 엄마와 마주칠 때의 어색함도 경험했습니다. 매일같이 만나고 서로 육아에 관한 얘기, 그걸 떠나서 개인적인 이야기까지 나누며 정말 친구보다도 마음이 맞는다고 느낀 사이인데요. 그러다가도 하루만에 싹 돌아섰습니다. 심지어 저는 제가 겪은 일은 아니지만 아파트 단지에서 서로 욕을 하며 싸우는 엄마들도 보았습니다. 그때 정말 소름이 돋더라구요. 엄마 모임을 둘러싼 양면성, 그 안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아이 때문에 만난 엄마들, 갈등의 시작점

엄마들이 친해지는 이유는 대부분 아이 때문입니다. 같은 어린이집, 같은 놀이터, 같은 단지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자연스럽게 가까워집니다. 문제는 아이들의 성향이 다를 때 시작됩니다. 활동적인 아이와 정적인 아이가 매일 함께 놀면 한쪽은 늘 사과하는 위치에 놓입니다.

여기서 '또래 집단 역학(peer group dynamics)'이라는 개념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래 집단 역학이란 같은 연령대 아이들이 모였을 때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서열과 관계 패턴을 의미합니다(출처: 한국아동학회). 유치원 현장에서 18년간 근무한 전문가들의 관찰에 따르면, 엄마들 사이의 위계가 아이들의 놀이 공간에 그대로 반영되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실제 사례를 보면 더 명확합니다. 제 주변에서는 두 아이가 3살부터 거의 매일 함께 놀았는데, 한 아이는 활동적이고 한 아이는 얌전했습니다. 엄마들이 친하다는 이유로 주 5일 이상 함께 시간을 보냈고, 결과적으로 활동적인 아이는 '나는 늘 혼나는 아이'라는 자아상을 형성했습니다. 5살이 되었을 때 이 아이는 스스로를 못된 아이, 나쁜 아이로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저 역시 비슷한 상황을 목격했습니다. 제가 알고 지내던 동네 엄마 모임에서 아이들끼리 성향 차이로 갈등이 생기자, 엄마들 사이도 미묘하게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아이들이 그 분위기를 정확히 감지한다는 점입니다. 같은 공간에서 매일 만나면서도 서로 인사를 하지 않는 상황이 만들어졌고, 이는 어린 아이들에게 상당한 스트레스로 작용했습니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처음부터 너무 깊지 않게 적당히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 모임을 하는게 더 낫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더 심각한 경우도 있습니다. 서로 친하게 지내던 사이인데 초등학교 4학년이 되어서야 학교폭력 위원회에 회부된 사례도 있었습니다. 유치원 때부터 지속된 갈등이 법적 문제로 번진 것입니다. 엄마들의 우정이 깊을수록 그 관계가 틀어졌을 때 파장이 커서 놀라웠습니다.

경계 없는 친밀함이 만드는 위험

엄마들이 친해지면 자연스럽게 비밀을 공유합니다. 남편 이야기, 시댁 이야기, 경제적 상황까지 털어놓으며 서로를 위로합니다. 문제는 이 관계가 깨졌을 때입니다. 분리수거장에서 머리카락을 잡고 싸우는 사태까지 벌어진 실제 사례가 있습니다. 서로의 비밀을 무기로 삼아 상대 남편 앞에서 치부를 드러내는 상황까지 발전했습니다.

'감정적 경계(emotional boundary)'라는 개념이 여기서 중요합니다. 감정적 경계란 타인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감정과 정보를 얼마나 공유할지 결정하는 심리적 선을 의미합니다. 건강한 관계 유지를 위해서는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일정한 경계가 필요합니다(출처: 한국상담심리학회).

저는 개인적으로 같은 아파트 엄마 모임을 운영하면서 이 점을 특히 조심했습니다. 서로 도움을 주고받되, 지나치게 사적인 영역까지 들어가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솔직히 초반에는 '이렇게까지 조심해야 하나' 싶었는데, 주변에서 벌어진 여러 사건을 보며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여왕벌형 엄마도 주의해야 할 유형입니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한 엄마가 모임에서 계속 비용을 부담하면, 자연스럽게 위계가 형성됩니다. 아이들 사이에서도 자칫하다간 신분제가 눈에 보이게 만들어집니다. 한 엄마의 아이가 무슨 행동을 하든 다른 아이들이 박수를 쳐주는 상황이 실제로 관찰되었습니다.

나르시시스트 성향의 엄마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매우 친절하고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이거 써봐, 너무 좋아" 하며 선물을 주고, "내가 아이들 봐줄게, 데이트하고 와" 하며 호의를 베풉니다. 하지만 상대가 자신의 영향력 안에 들어왔다고 판단하는 순간부터 지배하려 듭니다.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일자리를 나중에 소개해줄 수 있다며 군것이죠. 저는 제 의지로 일을 관둔 것인데 말이죠. 나중에 제가 그 엄마의 의견에 반대하는 발언을 하자 "이런 식으로 하면 나 일자리 소개 못해줘"라며 공개적으로 협박했습니다.

엄마 모임을 유지하기 위해 지켜야 할 핵심 원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 아이들을 위한 모임이 아니라 엄마들 자신을 위한 모임이라고 인식하기
  • 지나치게 개인적인 비밀은 공유하지 않기
  • 경제적 부담이 한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주의하기
  • 아이들끼리 갈등이 생겼을 때 객관적 거리 유지하기

저는 3년간 같은 모임을 유지하면서 이 원칙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체감했습니다. 서로 예의를 지키고 적당한 거리를 두니 오히려 관계가 더 편안하고 오래 갔습니다.

엄마 모임이 모두 나쁜 것은 아닙니다. 7살 차이 나는 두 엄마가 깊고 진실한 우정을 나누는 경우도 분명 존재합니다. 저도 실제로 7살 어린 엄마와도 고민 상담을 합니다. 그리고 가끔 쌀이 떨어지면 공유해주거나 급할때는 내가 한 반찬을 가져다주기도 하고, 작은 선물을 주고 받는 등 즐겁게 지내고 있습니다. 다만 확률적으로 갈등이 생길 가능성이 더 높다는 점을 인정해야 합니다. 같은 교육관을 가졌다고 해서 반드시 잘 맞는 것도 아닙니다. 아이를 신경 써서 키우는 엄마들끼리 만나면 모두 '내 아이'가 중심이 될 수밖에 없고, 아무리 털털해 보여도 각자의 선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질문의 방향입니다. "저 엄마와 어떻게 잘 지낼까"가 아니라 "이런 상황에서 나를 어떻게 지킬까"로 질문을 바꿔야 합니다. 나를 가스라이팅하는 엄마, 내 아이를 계속 가해자로 만드는 엄마와 억지로 잘 지낼 방법을 찾는 것이 아니라, 그 상황에서 나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내 마음이 어떤 대우를 받아야 하는지, 나에게 어떤 관계가 필요한지를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oxfElmw1m2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