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등학교 현장에서 17년간 학생들을 지켜본 교사의 관찰에 따르면, 내신 1등급을 받는 학생은 전체의 10%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저는 만 3세 아이를 키우면서 이 수치를 접하고 나서, 성적보다 더 근본적인 질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90%의 아이들이 원하는 결과를 못 받는 상황에서, 제 아이가 자기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어떻게 만들어줄 수 있을까요? 꼭 90%의 아이라고 해서 행복하지 않고 실패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진 않습니다. 다만 아이가 자기 자신에게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었습니다.
고정형 마인드셋이 아이의 학습을 멈추게 하는 이유
캐럴 드웩 교수가 제시한 마인드셋 이론에서 '고정형 마인드셋(Fixed Mindset)'은 개인의 능력이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다고 믿는 사고방식을 의미합니다. 여기서 고정형 마인드셋이란 '전교 1등은 타고난 머리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자신에게 그런 재능이 없다고 판단해 노력 자체를 포기하는 심리 상태를 말합니다(출처: 한국교육개발원). 사실 저도 자라면서 그런 얘길 많이 듣긴 했어요. 이미 공부잘하는 집 아이들은 공부를 잘하고 아닌 집은 아무리 노력해도 글렀으니 포기하라는 말이요. 그렇지만 제가 근처에 정말 공부 잘 하는 친척이 있어서 자주 놀러가본 결과 느낀 것은 집안의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는 것 이였습니다. 똑같이 티비를 보고 하더라도 전체적으로 학구적인 분위기가 느껴졌죠.
그래서 저는 이런 사고방식이 부모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우리는 아이의 '진도'를 다른 아이와 비교합니다. 중학교에서는 A등급 30%라는 기준으로, 고등학교에서는 1등급 10%라는 시스템으로 계속 비교하게 되죠. 2024년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중학생의 70%가 상대평가에서 B등급 이하를 받으며, 이 시점부터 학습 동기가 급격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출처: 교육부).
저 역시 야근을 밤새 하고 나면, 집에 와서 제 미래에 대해 고민할 시간이 줄어듭니다. 그냥 '오늘 일 끝났으니 쉴 자격 있어'라고 생각하며 스마트폰을 켜게 되죠. 어른인 제가 이런데, 하루 종일 학원을 다니는 아이들은 어떨까요? 공부를 '해야만 하는 것'으로 받아들인 아이는, 결국 "왜 해야 하지?"라는 질문 앞에서 무너질거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제 주변을 보면 대학 전공과 다른 직업을 선택한 지인들이 많습니다. 저 또한 그렇구요. 고민할 시간이 우리 20살 이상 아이들에게 주어지지가 않습니다.
반대로 성장형 마인드셋(Growth Mindset)을 가진 아이는 다릅니다. 성장형 마인드셋이란 노력과 경험을 통해 능력이 계속 발전할 수 있다고 믿는 태도를 뜻합니다. 전교 1등을 보고 "저 친구는 천재야. 하지만 나도 해볼래"라고 생각하는 거죠. 끝까지 공부를 지속하면 포기한 경우보다 당연히 결과가 좋을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아이를 키운다면 1등인 아이보다는 성장형 마인드셋을 가진 아이를 키우고 싶단 마음이 있어요.
부모가 이런 마인드셋을 만드는 방법은 명확합니다. 비교를 멈추고, 과정에 박수쳐야 합니다. 아이가 C등급을 받아와도 "네가 열심히 했다는 걸 엄마가 알아"라고 시원하게 말해줄 수 있어야 하죠. 솔직히 이건 본능을 거스르는 일입니다. 지금도 아이가 정리를 도와준다며 엉망진창을 만들면 화가 나는데 고작 만3세를 키우는 엄마인 제가 긴 레이스인 19살까지 그게 가능할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생각해도 저도 아이가 원하는 결과를 못 받아오면 불안할 것 같거든요. 하지만 결과에 집착하는 순간 아이는 틀리는 걸 두려워하고 도전을 멈춘다고 합니다. 정말 무서운 이야기죠.
대화와 규칙, 균형 잡힌 시간 배분이 만드는 학습 환경
공부를 잘하는 집안의 가장 큰 특징은 '성실성'입니다. 하지만 표면적인 성실함 뒤에는 두 가지 요소가 숨어 있습니다. 첫째는 아이가 강하게 원하는 목표, 둘째는 어릴 때부터 만들어진 습관이죠. 실제로 제 주변을 보면 공부 잘하는 아이들의 부모는 따뜻한 면모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따뜻하다는 건 단순히 다정한 게 아니라 대화가 많고 아이의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들어주는 태도를 말합니다.제 주변의 똑똑한 집도 놀러가면 부모님이 아주 다정하고 이야기를 그냥 스치며 들어주진 않으셨어요.
그런데 이 부모들은 핸드폰 문제, 게임 문제로 전쟁을 치루지 않았을까요? 모두 치뤘다고 합니다. 차이는 규칙을 정하고, 그걸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했다는 점입니다. 저는 이사를 앞두고 거실과 아이 방을 어떻게 꾸며야 아이가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결론은 간단했습니다. 책 육아 위주로 환경을 만들고, 제가 먼저 스마트폰을 덜 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죠.왜냐면 아이가 이런 의문을 가질거거든요. 엄마는 되는데 왜 난 안돼?
현재 우리 교육 환경의 가장 큰 함정은 '시간'입니다. 과거보다 정보는 많아졌지만, 아이들의 하루는 24시간으로 똑같습니다. 문제는 공부만 하고, 스트레스는 핸드폰으로만 푼다는 점입니다. 아이의 정상적인 발달에는 다음과 같은 요소들이 필요합니다.
- 부모와의 충분한 대화
- 독서를 통한 간접 경험
- 여행과 체험 활동
- 자유로운 놀이 시간
1980~90년대를 떠올려보면, 학교 끝나고 시간이 많았습니다. 선행 학원보다는 보습 학원이 주류였고 우리는 그 시간에 책도 보고 TV 뉴스도 보고 친구들과 놀았죠. 밥먹을 시간이 되면 티비에서 만화가 나와서 만화를 보러 들어갔던 기억 다들 나시는지요? 그러다보면 엄마의 맛있는 저녁상이 차려졌었습니다. 그 시절 식사시간 즈음에 틀어졌던 만화들이 기억납니다. 갓 한 밥냄새도요. 이런 일상이 어떻게 보면 지금 기준으로 방치로 보일 수 있지만 사실은 균형 잡힌 경험들이 발달에 필요한 요소였던 겁니다. 지금 아이들이 밤 11시에 학원에서 돌아와 유튜브만 본다면, 정상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제 아이가 어제 "엄마 사랑해요"라며 볼에 뽀뽀했을 때, 정말 행복했습니다. 저는 이 대화를 계속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의도적으로라도 "오늘 뭐가 제일 재밌었어?"라고 계속 물어보고, 저녁 시간만큼은 핸드폰을 멀리하고 책을 함께 보는 가정을 만들 겁니다.
저는 부모로서의 역할이 과거보다 훨씬 커졌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동네 어른도 규범을 가르쳤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는 분위기입니다. 가정에서 규칙을 가르치고, 올바름을 알려주지 않으면 가장 큰 피해자는 아이입니다. 규칙 없이는 사회생활도, 공부도 제대로 할 수 없으니까요.
제 경험상, 극단적으로 공부만 시키기보다는 공부도 하고 생활도 즐길 수 있는 여가가 필요합니다. 아이가 왜 공부해야 하는지 스스로 생각하고, 자기 자신의 미래를 고민할 시간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 아이로 키우려면, 결국 부모인 제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대화와 규칙, 균형 잡힌 시간 배분. 이 세 가지를 지키기 위해 본능을 거스르는 노력을 계속하겠습니다. 아직은 어린 아이에게 엄청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서서히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 초등, 중등, 고등이 되었을 때 저도 준비된 부모님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