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버리기 전에 다시 보세요 - 아이의 상상력을 깨우는 '열린 장난감'의 마법

by kinderMom 2026. 3. 28.

박스를 가지고 버스를 만들어 노는 아이의 모습과 박스에 들어가 그 모습을 지켜보는 고양이를 그린 ai 이미지

 

거실에 산더미처럼 쌓인 택배 박스를 보면 어떠신가요. 빨리 분리수거 해서 버리고 싶지 않으신가요? 사실 저도 빨리 분리수거 해서 버리고 싶지만 그러지 못했습니다. 저는 고양이를 키우고 있고 그 고양이는 다른 무엇보다 빈 박스를 좋아하거든요. 어떤 크기의 박스든 다 들어가서 앉아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아이도 박스에 들어가서 놀다가 뒤로 넘어져서 박스에 들어간 채로 엉엉 운 적도 있습니다. 어떤날은 아이와 고양이가 같이 박스에 들어가 있는 모습을 보기도 합니다. 저에겐 빈 박스를 통한 정말 황당하고 귀여운 에피소드 들이 많은데요.

하지만 이런 귀여운 용도 외에도 박스는 아이의 창의성을 위한 재료로 사용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한 번 버리지말고 아이와 즐거운 활동을 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저는 고양이가 안에서 긁긁을 못하게 하려면 더 더욱 신경을 써야하겠습니다. 

많은 부모님들이 유명 전집이나, 고가의 원목 교구만이 아이들을 위한 좋은 교구와 교재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저 또한 그랬구요. 깔끔하게 정리된 교구장을 보며 만족감을 느끼기도 하구요. 하지만 그렇게 비싼 교구를 들여놓아도 아이는 비싼 교구보다는 그 교구가 담겨있던 '빈 박스'나, 박스를 뜯고 또 테이프를 가져와서 그 박스를 조립하는 행위를 더 즐겨한답니다. 처음엔 "돈 아깝게 왜 이래?"라며 속상해하기도 했습니다. 사실은 지금도 아깝긴 합니다. 그러나 아이의 눈높이에서 세상을 바라보면 그 박스야말로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오늘은 제가 발견한 '열린 장난감(Open-ended Toys)'의 마법과 이를 통해 아이의 뇌 발달을 돕는 구체적인 방법들을 아주 깊이 있게 나눠보려 합니다.

완성된 장난감 vs 열린 장난감: 왜 5세에게 '결핍'이 필요할까?

시중에 판매되는 소리 나고 불빛이 번쩍이는 로봇이나 인형은 흔히 '닫힌 장난감(Closed-ended Toys)'이라 불립니다. 버튼을 누르면 정해진 노래가 나오고, 정해진 방법대로만 움직이죠. 아이는 처음엔 신기해하지만, 금세 흥미를 잃습니다. 뇌가 더 이상 생각할 거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어릴 적 부터 그래서 닫힌 장난감은 제공해주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렇지만 사실 정말 힘들때에는 엄마를 쉬게 해줄 귀중한 장난감이란 생각은 지금도 변하지 않긴 합니다.

반면 오히려 우리가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기능이 전혀 정해지지 않은 박스, 보자기, 휴지심, 종이컵 등은 '열린 장난감'입니다. 그 외에도 열린 장난감은 블럭이나 퍼즐 등도 있습니다. 

  • 전두엽을 깨우는 상상력: 빈 박스를 아이와 함께 꾸미려고 하면 박스는 아이의 생각에 따라 오늘은 우주선이 되고, 내일은 비밀 기지가 되며, 모레는 강아지 병원이 됩니다. 얼마전에 아이는 블럭과 박스로 비버의 집을 만들어주었습니다. 얼마전에 본 비버 영화가 아이에게 퍽이나 감동적이였던 것 같습니다. 아이는 머릿속에 있는 추상적인 이미지를 현실로 구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추론하고 계획합니다. 이 과정에서 아이의 문제 해결 능력과 창의성이 폭발적으로 자라납니다.
  • 주도적인 놀이의 주인이 되다: 닫힌 장난감은 장난감이 시키는 대로 아이가 반응하는 방식이지만, 열린 장난감은 아이가 장난감에게 역할을 부여합니다. "너는 이제부터 내 조수야!"라고 말하며 놀이의 주도권을 아이가 완벽히 가져오게 되죠.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여기에서 저기로 가려면 어떻게 가야하는지 아이는 질문에 따라 상상력을 마구 펼칩니다.

"창의성은 '결핍'에서 시작됩니다"

저는 계속 최근에 ai 와 소통하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아이의 교육에서도 '미래에 필요한 역량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되더군요. 제가 내린 결론은 "정답이 없는 상황에서 스스로 정답을 만들어가는 힘"이었습니다. 또한 다른 것도 있지만 그것은 다른 포스팅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아이에게 완벽한 장난감만을 사주는 것은 어쩌면 아이가 스스로 생각할 기회를 뺏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커다란 가전제품 박스가 생긴 날 거실 한복판에 그 박스를 두었을 때 아이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빛났습니다. (물론 제 옆에 누워있는 고양이도 함께요)

"엄마, 이건 그냥 박스가 아니야. 여긴 자동차야. 나는 버스기사고 버스가 이제 출발합니다. 들썩들썩!"

저는 아이 옆에 앉아 승객의 역할을 했습니다. 아이는 책을 한권 가지고 오더니 핸들처럼 흔들더라구요. 그러더니 갑자기 또 승객들이 봐야한다고 테이프와 색종이를 이용해 하차벨도 만들더라구요. 또 갑자기 블럭을 가져와선 스틱이라고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몰입하는 아이를 보며 이러한 활동들이 아이의 창의력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집에서 바로 실천하는 '열린 놀이' 큐레이션 (실전 편)

엄마의 역할은 비싼 교구를 사는 쇼퍼(Shopper)가 아니라, 아이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큐레이터(Curator)가 되는 것입니다. 제가 얼마전 책장을 큐레이팅 해야한다고 했는데요. 엄마는 책 뿐만이 아니라 상상력까지 자극하는 큐레이터도 되야하는군요. 쉽지 않습니다. 큐레이션에 대한 글을 최근 발행해서 첨부합니다. 

2026.03.30 - [분류 전체보기] - 거실 북카트로 시작하는 아이 맞춤형 '북 큐레이션' 실전 전략 3가지"

① '재료 보물상자'를 만드세요

분리수거함으로 가기 전, 깨끗한 택배 박스, 휴지심, 달걀판, 우유갑, 다 쓴 약 상자 등을 모아두는 바구니를 하나 만드세요. 아이가 "심심해"라고 할 때 슬쩍 그 바구니를 내밀어주는 것입니다. "이걸로 뭘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과 함께요. 

② '비언어적 재료'를 추가하세요

색종이, 테이프, 스티커, 끈, 보자기 등은 박스 놀이를 더 풍성하게 만듭니다. 보자기는 때로는 슈퍼맨 망토가 되고, 때로는 박스 우주선의 덮개가 됩니다. 이런 '가변적인 재료'들이 섞일 때 놀이의 퀄리티는 수직 상승합니다. 

③ '심심함'을 견디게 해주세요

아이가 심심하다고 할 때 바로 유튜브를 보여주거나 새로운 장난감을 사주지 마세요. 뇌과학적으로 심심함은 창의성의 전조 증상입니다. 아무것도 할 게 없을 때 아이의 뇌는 스스로 재미를 찾기 위해 풀가동되기 시작합니다. 빈 박스 하나를 던져두고 아이가 스스로 무엇을 할지 고민하는 그 '정적'의 시간을 부모가 기다려줘야 합니다. 

2026.03.29 - [분류 전체보기] - 꽉 채운 일과보다 '멍 때리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 아이의 뇌가 스스로 정제하는 힘

 

환경이 아이의 행동을 결정합니다

2026.03.22 - [분류 전체보기] - 5세 독서 습관, 거실 '전면책장' 하나로 기대되는 변화

이전 포스팅에서 전면책장이 아이의 독서 습관을 바꾼다고 말씀드렸죠? 놀이 환경도 마찬가지입니다. 거실이 너무 완벽하고 깔끔하면 아이는 무언가를 만들거나 어지르는 것을 두려워하게 됩니다.

가끔은 거실 한복판이 박스 가루와 테이프로 엉망이 되어도 눈감아주세요. 아이가 자신의 상상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허용된 무질서' 공간이 있을 때, 아이의 자신감은 하늘을 찌릅니다. "우리 엄마는 내 우주선을 소중하게 생각해줘"라는 믿음이 아이를 더 큰 꿈을 꾸게 만듭니다.


버리기 전에 다시 한번만 들여다보세요. 매일 쏟아지는 택배 박스와 생활 쓰레기들이 우리 아이의 상상력을 키워주는 가장 '가치 있는 장난감'으로 변신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열린 장난감에 대해 얘기를 나누며 생활 쓰레기들을 활용하는 얘기를 하니 최근에 제가 관심을 가졌던 레지오 교육법에 대해서도 상세히 알아보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이와 관련한 호기심도 충족하기 위해 곧 준비해서 들고 올게요. 

비싼 교구보다, 엄마의 따뜻한 눈맞춤과 "너는 이걸로 뭘 만들고 싶어?"라는 짧은 질문 한마디가 아이의 뇌를 깨우는 가장 강력한 도구라는 것을 잊지 마세요.


소개 및 문의 ·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조항

© 2026 Inside life